인생은 서른서른해
그렇게 너를 잊었다고 말하는 날도 있겠지 짧디 짧은 삶 속에 어느 기스 같은 어느 날 얄팍한 거짓말이든 취한 밤 성질 섞인 자조이든 혹은 그토록 바라 마지않던 친구들의 비웃음이든 그렇게 결국 너를 사랑 했었다고 말하는 날도 있겠지 길 한 모퉁이에 불현듯 돋아난 너를 마주친 듯 잊은 나를 그렇게 낯설게 마주하는 날도 있겠지 너의 이름이 가슴팍을 찌르는 아픈 상처가 아닌 등판에 새겨놓은 문신 같은 날도 있겠지 괜찮은 척 하기로 했던 것도 잊고 괜찮은 줄 아는 날도 있겠지 애써 꾹 눌러 흩어버린 너를 흩어졌다고 생각하는 날도 있겠지 너를 잊지 못했다는 말을 하기에도 새삼스러워 멋쩍은 날도 있겠지 그런 날도 있겠지 그런 날이 있겠지 울지 못한 날이 그렇게 울지 않은 날인 줄 아는 밤도 있겠지
겨울의 가장자리 눈이 옵니다 종종걸음을 걷는 발가락 끝에 얌전히 하나씩 하나씩 발에 걸치는 계절을 느낍니다 겨울은 한 해와 함께 끝나지 않아서 자꾸 지나간 것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닫지 못한 마음과 두고 온 시간 달고 온 감정과 눌러 붙은 아픔 같은 것들 지난한 겨울 속 불쑥 쏟아지는 이 상념들을 굳이 뭉쳐 두지 않음은 소용없음을 아는 나이여서 일까요 소용없음을 알아야하는 나이여서 일까요 까만 코트에 덕지덕지 쏟아진 것들이 붙어 영 볼품 없는 내가 거울에 비칩니다 몇 분 후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지만 오늘 하루 눅눅함에 불편해할 것만 같습니다 눈은 내리는 것이 아니라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오는 것이구나 라고, 생각합니다 오래 전 시작 된 겨울이 아직, 끝나지 않았네요
소한도 지난 겨울의 한 가운데. 아침 식사를 합니다. 냉장고 속 샌드위치를 전자레인지에 데웁니다. 우웅 하는 울림소리가 겨울 아침의 옅은 조도에 섞여 거실바닥에 묵직하게 가라앉습니다. 미지근한 보리차 한 모금과 함께 샌드위치를 씹습니다. 냉장고에 들어가서 축축해진 식빵과 시들해진 양상추, 퍽퍽한 닭가슴살이 뻐근한 아침 삐그덕대는 저작운동에 천천히 부서집니다. 그대를 보내고자 마음을 먹은 지도 벌써 꽤나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마음이지만 내 마음 같지 않은 이 차갑고 푸석한 마음은 급하게 먹은 것 마냥 아직 가슴 한편에 묵직합니다. 이따금씩 불편한 이 마음이 묵직하게 속에서 느껴질 때 마다 보통은 놀라고 가끔은 어색하기도 합니다. 그 날들의 나의 마음을 생각합니다. 그대의 커다란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