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서른서른해
그래, 그 날은 좀 짜증이 나더라. 날이 오지게 더웠고, 전날 마신 소주가 위장부터 식도까지 부글부글 끓고 있었고, 일주일에 한 번 파트로 나가는 회사에선 채용 면접 때부터 내 경력을 문제 삼던 차장이 최소 사흘짜리 검수 작업을 퇴근 네 시간 전에 던져 놓고 뭐가 빠지도록 시간 맞춰 어떻게든 해 가니 “진짜 다 했다고? oo 씨가 이렇게 일 잘하는지 몰랐네?” 비꼬기나 하고, 유부남과 바람난 전 여자 친구 카톡 프로필에는 금빛 커플링이 올라가 있던 날. 장미 상가, 엘리베이터 안이었지. 얘기한 적 있을 걸? 잠실역, 사우론의 탑 같은 빌딩 아래로 양복 입은 직장인들이 거리를 메우고–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놀이 공원에 놀러 온 예쁜 옷의 아이들이 까르르 웃는. 그 곳에서 조금 올라가면 생각보다 허름한 종합..
너 없는 일상이 아직 어색하다. 어제와 다름없이 일어나고, 운동하고, 밥을 먹고, 일을 한다. 그러나 기능을 상실한 핸드폰처럼, 나의 하루는 더 이상 울림이 없다. 어제와 다름없이 오늘도 덥고, 끈적하고, 무료하다. 운동하고,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잠을 청한다.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늦게 일어났다. ......, 너와의 이별은 내 20대를 판결하는 사건이었다. 스물 둘부터 서른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기억의 이음새에는 너와의 시간이 있다. 너의 시간은 곧 나의 시간이기도 했다. 중복된 기록 속에서 나는 죄를 찾아내야만 한다. 그리고 그것은 너의 죄가 아니다. 나는 네가 밉다. 안쓰럽다. 나를 겨냥한 너의 거짓들이 밉고, 거짓들로 채웠을 너의 시간이 안쓰럽다. 나와 네 가족들에게 너는 나의 연인이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