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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눈이 옵니다

엄간지 2023. 1. 26. 10:43

겨울의 가장자리

눈이 옵니다

종종걸음을 걷는 발가락 끝에 얌전히

하나씩 하나씩 발에 걸치는 계절을 느낍니다

 

겨울은 한 해와 함께 끝나지 않아서

자꾸 지나간 것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닫지 못한 마음과

두고 온 시간

달고 온 감정과

눌러 붙은 아픔 같은 것들

지난한 겨울 속 불쑥 쏟아지는 이 상념들을

굳이 뭉쳐 두지 않음은

소용없음을 아는 나이여서 일까요

소용없음을 알아야하는 나이여서 일까요

 

까만 코트에 덕지덕지

쏟아진 것들이 붙어

영 볼품 없는 내가 거울에 비칩니다

몇 분 후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지만

오늘 하루 눅눅함에 불편해할 것만 같습니다

 

눈은 내리는 것이 아니라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오는 것이구나

라고, 생각합니다

 

오래 전 시작 된 겨울이

아직,

끝나지 않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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