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서른서른해
눈이 옵니다 본문
겨울의 가장자리
눈이 옵니다
종종걸음을 걷는 발가락 끝에 얌전히
하나씩 하나씩 발에 걸치는 계절을 느낍니다
겨울은 한 해와 함께 끝나지 않아서
자꾸 지나간 것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닫지 못한 마음과
두고 온 시간
달고 온 감정과
눌러 붙은 아픔 같은 것들
지난한 겨울 속 불쑥 쏟아지는 이 상념들을
굳이 뭉쳐 두지 않음은
소용없음을 아는 나이여서 일까요
소용없음을 알아야하는 나이여서 일까요
까만 코트에 덕지덕지
쏟아진 것들이 붙어
영 볼품 없는 내가 거울에 비칩니다
몇 분 후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지만
오늘 하루 눅눅함에 불편해할 것만 같습니다
눈은 내리는 것이 아니라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오는 것이구나
라고, 생각합니다
오래 전 시작 된 겨울이
아직,
끝나지 않았네요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