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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서른서른해
매일 나누던 대화와 전화가 멈춰진 후 너에게 하던 말들이 갈 곳을 잃은 채 쌓여만 간다. 혼자로서의 고요한 거리와 공허한 밤은 너의 마음을 더욱 생각케 했고 우리의 날들을 더욱 생각케 했다. 그 생각에 끝엔 미안함과 후회와 미움이 뒤섞여 결국 내 뱉지 못할 말들이 되어 내 가슴 언저리 어딘가 뻐근하게 하루하루 쌓여만 간다. 뭐라고 말 좀 해보라는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미안하다 고만 하던 마지막 순간의 너를 원망하며 울먹이는 나를 나보다 더 울면서 바라보던 너를 떠올렸다. 괜찮다, 이렇게 만든 내가 미안했다. 라는 말이 하나 더 좋은 사람 만나 더 행복해라 라는 말이 하나 더 쌓여간다.
그는 서른하나인 나보다 어릴 때 아이를 낳으셨다지 월세 계약도 무서웠을 갓 서른의 나이 때. 퇴근 후 부랴부랴 뛰어온 강서구의 작은 산부인과에서 간호사 품에 안긴 2.8kg의 작은 나와 처음 만나셨다지 어린 내가 기억하는 그의 모습은 작은 단칸 옥탑 방의 크리스마스 아침 차가운 철제 문을 열고 가쁜 숨을 몰아 쉬던 그. 산타 할아버지가 집 문이 잠겨있어 밖에다 선물을 두고 가셨다는 귀여운 변명 누가 봐도 급하게 사온 포장도 안된 그 변신 로보트, 그 크리스마스 아침 선물을 건네주던 그의 차가운 손이 왜 20년도 더 지난 지금에도 생각나는지 모르겠어 힘들었었지 우리 집 무엇 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던 하루를 넘기는 것이 긴장되고 버거웠던 나날들 혹시 내가 고쳐야 될 게 더 있다면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달..
어색하게 시선을 피하며 슬쩍 숙인 머리 위로 똑바로 보라는 듯 툭툭 치는 빗방울 억지로 올려 본 내 눈엔 흔들리는 너의 눈동자 나의 그날들에 나의 팔을 잡고 있던 너와 너와 너 그래 잘 했어 너는 짧은 머리보다 긴 머리가 잘 어울려 그때보다 진해진 화장 짧아진 치마는 네 우산을 들어주는 그 사람 취향인가봐 나름 잘 어울리네 나에겐 어색하긴 해도 티 나게 휙 돌리는 너의 시선을 너도 그 동안 조금은 힘 들었다는 말로 알아 들어도 되겠니 잘 지냈다고만 생각하면 조금 더 힘들 것만 같아서 우산을 가지고 나올 걸 그랬네 이렇게 초라하게 젖어있는 모습은 너도 불편할 텐데 떨궈지는 너의 고개, 너의 시선을 그날 제대로 못한 우리의 마지막 인사라고 생각할게 구태여 돌아보지는 않을게 혹시 너도 돌아보고 있다면 그게 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