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서른서른해
나는 지금도 다만 절룩거리는 거지. 분리수거 쓰레기를 내놓는 날마저. 아끼던 컵이었는데. 따위의 말을 하며, 뭐라도 크게 잃은 것처럼, 잠시 있었던 걸 가졌던 것마냥. 잠시 앉아서 바라보는 하늘엔, 어젠가의 삶의 어딘가에, 비가 오기도 하니까. 여름이 오고, 가을도 오니까, 시간이 가니까, 네가 아직도 없으니까. 무너져서 앉아만 있기는 뭐하니까. 다만 절룩거리는 거지. 지금도. 분리수거 쓰레기를 언제 수거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라지겠지, 하며 절룩거리며 돌아가는거지. 아끼던 컵이었지만.
네가 그리움을 그린다면 그 도화지의 오른쪽 모퉁이는 내가 있었으면 해 망설임 끝에 꾹 눌러 그린 마침표처럼 그리워하는 모든 것의 마지막이자 되뇌게 된 모든 것의 시작이었으면 해 네가 닿기에 가장 좋은 곳에 내가 아직 있었으면 해
아무리 기다려도 어제가 다시 오지 않아, 차라리 이따금씩 비처럼 쏟아지는 그대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너의 그 깊은 숲에서 그에게 너는 가끔 나를 이야기하겠지 네 본심보다는 조금 더 나쁜 사람으로 조금 더 잊힌 사람으로 이제는 관심도 없는 타인이라고 말하겠지 그게 조금은 두근거려서 장미를 한 송이를 더 꺾었지 말려둔 장미를 어디다 걸어 두었는지 확실하지도 않은데 걸려있지 않은 것은 싫다고 생각했지 이젠 향기도 나지 않아도 장미인 걸까 아무리 둘러봐도 네가 보이지 않는 지금 이 숲 속은 내가 들어왔지만 조난당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이곳은 네가 사라진 곳일까 이곳은 너를 밟고 있는 곳일까 네가 있는 그곳은 내가 장미를 버렸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