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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서른서른해
하나, 둘, 서른: 1. 햇빛
온종일 방 한 칸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가 산책이라도 나갈 생각에 집을 나서면 현관 앞, 이토록 많은 햇빛이 떨어져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내가 모르는 사이 햇빛은 켜켜이, 꾸준하게 이런저런 곳을 비추고 있던 것 같다. 내 방에서 절전 중인 컴퓨터 화면과 그 속에 암담하게 웅크려 있을 토익 강의와 알파벳으로 가득했던 녹색 칠판을 뒤로 마주 본 세상은, 가득한 햇빛으로 환하고 눈이 부시고, 뿌옇다. 가야할 곳은 없다. 지나간 저런 곳과 나아가는 이런 곳이 있고, 그 사이에 내가 있다. 걷고 있지만, 갇혀 있다. 메시지라도 보내는 양 줄기차게 햇빛이 떨어지는 이런 길, 그 위에서 구름 없이 맑고 고운 하늘은 조금 속상하다. 길을 등지고 구석진 그늘에서 담배를 핀다. 시멘트 벽이 푸르고 적적하다. 끝이 ..
하나, 둘, 서른 - 늙은 취준생 이야기
2019. 10. 11. 1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