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서른서른해
정신없이 볕이 아픈 날도 있었더랬다.그런 날이면 남은 생이 다 너로 가득한 책장 같이 느껴졌다.그럴 것이다, 그럴 것 같다, 그렇지 않을까, 그렇다 치자,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기를 바란다로 가득하여 비치는 한없이 하얀 종이 같은 세상이 하릴없이 바람을 원망하는 날도 있었더랬다.수 없는 세계선 속하필이면 내가, 하필이면 너를 만났고, 하필이면 너를 사랑해 버렸고, 하필이면 누구도 아닌 네가 떠났고, 왜인지 시간을 돌리는 방법은 없어무책임한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오는 우연이. 네 살결에 잠시 부딪혀 터져 버린물풍선 조각 같은 사람이 된 걸까. 날 영원히 그리워할 거란 너의 말이 그동안 날 얼마나 뜨겁게 반죽했는지 아는지. 행복을 빌겠다.행복만을 빌진 않겠다.앞으로의 너의 가끔의 여름은 나였으면 한다. 기분좋..
네가 준 티셔츠에는 보통 땀을 묻힌다살아있다는 명확한 증거는눈물 같은 건 아닐 테니 하루가 한 걸음씩 부서지는 시간에는사랑을 생각하는 걸 아직 좋아한다요즘은어떤 사랑을 해야어떤 사랑을 잊는지를 몰라서어떤 사랑도 하지 않기로 하고이제 내게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어떤 사랑도 사랑이 아닌 거 같아그 사랑도 사랑이 아닌 걸로 했다 라는 걸음을 걷는 것은노을이 울먹인다고 말하는 일과 같다노을은 내 몸을 매일 뚫어피처럼 검게 흐르지만살아있다는 명확한 증거는 아닐 테니 지난 여름은더 이상의 나쁜 소식은 없었고공원에서는 새의 시체도 치웠다충분히 많이 걸었던 길이구나 노을에 묻은 땀을 드디어 닦아냈다드디어 돌아갈 수 없음을 알아냈다 한 걸음이 하루씩 부서지는 시간에는영원히 그립지 않을 그리움을 그리워한다 그러니이젠 어떤 ..
그러니까 이런 순간이야사라졌나 궁금해 꺼내는 순간벙하니 서늘한 소리가 집안을 울고닿으면 묽게 스미는 웃음소리이렇게 차갑지 않았는데하며괜히 궁금해 꺼내버린 순간때마침 들이닥치는 소낙비 같은 거에 술안주라는 핑계갈수록 젖어가는 손은 마비된 걸까언제부터그 표정 눈꼬리 끝 작은 진동그 의미를 헤매다 해진 잠옷의 먼지떠다니다 엉겨 붙은나의 세상 미지의 극지행여나 사라질까 궁금해 꺼내버린하얀 밤그러니까아주 늦은 어떤 날에 설령 발견되어도간신히 연대 정도나 추정되도록작게 말하며 문을 단단히 닫자사랑해, 그때보다 더그러니까더욱더 차갑게 도망가줘
슬슬잊을 수 있는 것들만 기억할까이 우주에 다시 여름이 오니까 그래지난여름이 얼마나 더웠는지는 중요할까 나는 요즘 가끔 정류장에 앉아축축하고 익숙한 바람이 불면어쩌면 우주선이 올 거 같아서 눈도 오고 비도 오던 차창의 우주보다 앞에 보이는너의 왼편 얼굴까지는기억해볼까 우주를 도망가자는 말을 기다려본 적은 처음이었지도망가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은 들어주지 않았으니네가 머물고픈 은하는 나도 알았는데 의자의 그림자는 밤마다 길어지는데정류장이 멈춘 것처럼 보이는 게 슬퍼서잊을 수 있는 것들만 마지막으로 사랑할까 오늘도 정류하지 않은 우주선은 어디 멀리 가고 있겠지내 등뒤에서 예쁜 흉터 같은 빛을 그리며슬슬 지난여름이 얼마나 더웠는지는 기억해 볼까나는,그래도 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