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서른서른해
이런 나에게도 영혼이 있다면 네가 꺼내어 준 거겠지포옹의 모양으로 벌어진 나의 틈 사이야들한 표피와 쓰라린 진피 사이로 스며 나오는 식탁에 흘러 떨어지는 소주의 물거품 같은 밤이 오면나는 드디어 우리와 상관없는 울음을 울 수 있게 되었고너보다 커버린 나의 영혼과 구분할 수 있게 되었지 밤은 위험하기 짝이 없어나는 숨죽여 그 말이 흐르던 입으로 둑이 터지듯 그 이름을 흘리고툭툭끊임없이 낙하하는 새벽 소리에 숨어그 슬픔보다 작은나의 영혼 나의 이름을 조용히 닦아내고 흐르다 보면언젠가는 반드시 낭떠러지를 만나게 되고떨어진 곳에서도더 흐를 곳은 있다는 걸알기 싫었지 들이부어도 소독은 되지 않으니꺼내어진 것들 앞에 부어 놓기나 하자 무엇도 고독이 되어 범람하는끝나버린 영원을 붙잡는 밤
반짝이 양말을 버리지 않는다나는 사실 반짝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소름이 돋는다내가 사지도 않은 양말이 사라지지 않는다수천 번 내가 산 양말이 아니라 생각했는데 사라지지 않는다물론 너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너는 모기를 무서워했다작게 물려도 크게 부풀어 오른다 했다너는 내 쪽으로 손을 휘저었다 나의 발소리가 너에게 얇아질수록모기가가까이 가려고 사는 건지도망가려고 사는 건지궁금해졌다 한편, 버리지도 않은 양말이 계속 돌아오기만 한다이제 주인 없는 누군가의 양말이었다고 내가 말했다매일 저 곳에서 번쩍인다고 말했다오래된 전설이다 양말더미 속에 번쩍이는 양말이 부풀어 오른다소름이 돋는다내 손이 양말에 가까이 가려다 도망친다마지막 입맞춤 한 번 했으니잘 사는 건지궁금해졌다
고래가 마지막으로 떠있는 날이었다도망가는 걸음인 건 나만 알고 있었다붙잡을 용기가 없는 사람을 두고 오는 용기는나만 칭찬하지 않았다 고래의 영혼이 각질처럼 부서져 흩날렸다그 모습이 무언가를 축복하는 거 같아서누군가를 기다리던 편의점 앞에서가볍게 울기 시작했다이 울음을 처음으로 우는 걸로 치기로 했다 고래는 내가 있던 자리로 추락하고고래의 사체를 치우는 일이그게 나의 일이라고네가 말했던가 내가 말했던가 쓸모없기엔거대해서 슬프다고 말했다작아져도 쓸모없기에슬프다고 말했다 버스에서 챙겨 온 것들을 끌어안고차창에 머리를 기대고지나가듯 울기 시작했다이 울음은 마지막으로 우는 걸로 치기로 했다 썩기 좋은 여름날에는 유독 죽은 고래의 안부가 궁금했고썩지 못한 마음이었다그게 실은 도망가지 않는 걸음인 건나만 알고 있기로..
정신없이 볕이 아픈 날도 있었더랬다.그런 날이면 남은 생이 다 너로 가득한 책장 같이 느껴졌다.그럴 것이다, 그럴 것 같다, 그렇지 않을까, 그렇다 치자,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기를 바란다로 가득하여 비치는 한없이 하얀 종이 같은 세상이 하릴없이 바람을 원망하는 날도 있었더랬다.수 없는 세계선 속하필이면 내가, 하필이면 너를 만났고, 하필이면 너를 사랑해 버렸고, 하필이면 누구도 아닌 네가 떠났고, 왜인지 시간을 돌리는 방법은 없어무책임한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오는 우연이. 네 살결에 잠시 부딪혀 터져 버린물풍선 조각 같은 사람이 된 걸까. 날 영원히 그리워할 거란 너의 말이 그동안 날 얼마나 뜨겁게 반죽했는지 아는지. 행복을 빌겠다.행복만을 빌진 않겠다.앞으로의 너의 가끔의 여름은 나였으면 한다. 기분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