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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서른서른해
너에게 나, 그림자가 지나간 자리. 잠시간의 느낌 우연히 스친 어둠 그 무엇도 남지 않는 나에게 너, 무릎에 쏟아버린 커피. 타는 듯이 아픈 지우기 힘들 허무하고 창피한 우리는 사라지는 게 아름다울 우리 없었으면 좋았을 행복 공허한 단지, 지난 시간
그대는 언제 나와 헤어지기로 결심했나요 언제부터 내가 아니었나요 이른 봄의 그 저녁, 내가 보고 싶은 마음에 투정을 부리던 때였나요 무심하게도 통화 중 티브이를 보아서, 그대가 화를 냈던 그 여름날이었나요 그 날들, 곱씹어보면 하루하루 잘못한 날들만 생각이 나요. 하나하나 모두 내 탓만 같아요. 그대가 만약 그때 결심했다면 왜 그대는 웃어주었을까요 왜 헤어지기 전날까지도 안아주었을까요 정말 그대의 그 말처럼 맞지 않는 우리는 결국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을까요 그렇다면, 그대는 언제부터 헤어짐을 준비했나요 서로의 일이 바빠 소홀해져 지쳐가던 그 가을날들이었나요 추위에 부둥켜안고 있다가도 무심히 돌아섰던 그 초겨울 밤이었나요 혹시 혹시라도 저 날들이 아닌가요 손을 들며 밝게 미소 짓던 수많은 만남 나를 이끌..
의식적으로 맛있었지만 안 가는 식당이 있어. 빠르지만 돌아가는 길목이 있어. 예쁘지만 입지 않는 옷이 있어. 의식적으로 사람들에게 하지 않는 행동이 있어 친구들에게 하지 않는 말이 있어 스스로에게 물어보지 않는 질문이 있어 의식하지 않으려 하는 날짜가 있어 의식하지 않으려 하는 기억들이 있어 네가 있어 나를 봐 한 번더 봐볼래? 하나하나 모두 조심하고 무엇 하나 편하지 않고 다리를 삔 사람처럼 걸음 한번이 쉽지가 않은데 내가 괜찮길 바라는 건 너의 욕심 아닐까? 너는 그러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