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서른서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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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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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꼬박 2018. 8. 3. 15:30

너 없는 일상이 아직 어색하다. 어제와 다름없이 일어나고, 운동하고, 밥을 먹고, 일을 한다. 그러나 기능을 상실한 핸드폰처럼, 나의 하루는 더 이상 울림이 없다. 어제와 다름없이 오늘도 덥고, 끈적하고, 무료하다. 운동하고,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잠을 청한다.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늦게 일어났다.


......, 너와의 이별은 내 20대를 판결하는 사건이었다. 스물 둘부터 서른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기억의 이음새에는 너와의 시간이 있다. 너의 시간은 곧 나의 시간이기도 했다. 중복된 기록 속에서 나는 죄를 찾아내야만 한다. 그리고 그것은 너의 죄가 아니다.


나는 네가 밉다. 안쓰럽다. 나를 겨냥한 너의 거짓들이 밉고, 거짓들로 채웠을 너의 시간이 안쓰럽다. 나와 네 가족들에게 너는 나의 연인이었고, 너의 친구들에게는 때때로 솔로였고, 어떤 사람에게는 가슴 뛰는 연인이었다. 그 중 하나라도 진실이 있었을까, 알고 싶지 않다. 다만 그 가운데서 네가 느껴야 했을 죄책감을 구태여 짐작해 본다. 아팠을 것이다. 힘들었을 것이다. 아니, 아프지도 힘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조차 너는 나를 위해 울지 않았다.


나의 죄는 거짓말에 속은 죄. 나의 죄는 거짓에 속지 않은 죄. 속았다. 아니, 속지 않았다. 네 말을 믿었다. 네 마음을 믿지 않았다. 믿고 싶었다. 믿을 수 없었다. 믿었던 거짓말이 거짓으로 드러날 때마다 나는 검붉게 타 들어갔다. 검게 물드는 마음 속에서 언젠가는 사라질 사건일 뿐이다, 생각했지,


네가 사라질 줄은 몰랐다.


오늘도 몹시 뜨겁다. 기상 관측사상 처음이라는 이상 고온. 내일도 어김없이 뜨거울 테지만, 나는 살을 뺄 것이다. 내 몸에서 너를 비울 것이다. 내일부터 너를 잊을 것이다. 내 삶에서 너를 비우고 의미를 채울 것이다. 내일부터, 내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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