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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서른서른해
며칠 전 그 다음날 너와 헤어지고 술을 많이 먹었던 그 다음날. 과음 탓에 구역질이 나오기 시작했다. 먹은 것도 없는데, 마신 것도 없는데 나오는 것도 없는 의미 없는 헛구역질이. 그리고 아직까지 멈추지 않는다. 아침에 출근하며 신호등을 기다리다가 오전 중 멍하니 앉아서 일을 하다가 밥을 먹고 앉아서 커피를 마시다가 퇴근길 피곤함에 바쁜 걸음을 옮기다가 때로는 마른 재채기처럼 때로는 발작처럼 뱉어낼 거 없는 구역질을 계속한다 게워내려 노력하다가 쏟아보려 노력하다가 무언가 내 몸에 있지 말아야 할 것이 있나보다 무언가 내 몸에 이제는 있으면 안 되는 것이 있나보다 무언가 내 몸에 더 이상은 어울리지 않는 것이 있나보다 생각하다가 그게 너일까 그렇다면 게워내야겠다 다시 울컥하고 솟구쳐 오르는 그날 너의 차가..
꿈에 네가 있었다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음성도 들리지 않았지만너라는 걸 알 수 있었다그것은 너였고, 나는 알 수 있었다 꿈속의 나는 너를 걱정하고 있었다함께 그렸던 꿈들은 어그러진 지 오래라희미했고, 또 그렇게 사라져야만 했지만우리가 그렸던 미래의행복하기만 했던 너는그대로이기를.망쳐버린 우리로 인해너의 꿈마저 무너지지 않기를 걱정하고 있었다 꿈 속의 너는 나를 바라보지 않았다.너는 그저 앞을 바라보며 걸어가고 있었다.나에겐 앞이 아닌 곳을.다행이었지만, 슬펐다.가끔은 너도 나의 모습을 뒤돌아볼까생각하였지만, 슬펐다. 눈을 떴다.무의식적으로 꿈이었음을 알았는지 나는 놀라지 않았다.네가 있는 건 이제 나에겐 현실이 아니다.새벽 2시 38분.너와 연인이 되던 겨울의 어느 날마음을 맞춘 순간도 아마 이 시간 즈음..
난 널 그리워하기에그리워한다고 말 할 수 없네
머릿속 널 뱉어내 멀리멀리 날려보낸다 눈이 마주치면 덧니가 살짝 보이게 지어주던 미소 장난처럼 그리던 몇 년 후의 약속 끝나지 않을 것 만 같았던 수 많은 밤들 흐릿한 추억의 끝들을 동여매어 축축한 한숨까지 섞어 하늘로 날려보낸다 두둥실 천천히 하지만 아득히 너는 하나하나 내게서 멀어져 간다 다만 알 수 없는 순간에 이따금씩 나의 손을 떠나 자유로울 너의 그림자가 내게 드리울지도 모르겠다 그때난 두리번거리며 너를 찾으며 내가 놓아준 너를 놓쳤다 라고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어쩔 수 없이 널 뱉어내 멀리멀리 날려보낸다
유독 날씨가 덜 추웠던 날 며칠 동안 흐리던 하늘도 걷혀 아 이제 봄이 오는구나 하며 겨우내 너무 뻔질나게 입어서 군내가 슬슬 나던 코트를 드라이 맡겨야겠다고 생각했던 날 며칠 전 오랜만에 갔던 너의 동네 너의 집 앞 작은 상가 너무나도 바뀐 모습에 무심했던 날 반성 하고 너에게 잘 해줘야지. 우리 정말 잘 지내왔는데. 너에게 맛있는 걸 사주고 싶었던 날 유독 네가 생각나던 날 많이 싸우기도 하고 서로 지치기도 했지만 좋았던 날, 행복했던 날 힘들었던 날 기다려주던 너를 떠올리며 서둘러 널 만나고 싶었던 날 조금 늦었지만 밝게 웃으며 미안하다고 해야지 하며 그런 날 보며 웃어주는 너를 기대했던 날 그런 날. 그날. 우리 헤어지던 날.
헤어짐을 실감하는 건 어떤 순간일까 주말이 한가 할 때 일까 외로운 밤에 훌쩍일 때 일까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새로운 사랑을 느낄 때 일까 문득 떠올렸을 때 많이도 흐려진 기억을 발견했을 때 일까 생각해보면 헤어짐이라는 건 어떤 순간이 아니라 긴 시간 나를 조금씩 놀라게 했던 것 같다 한가한 주말에 혼자서 아무렇지 않게 티브이를 보고 있을 때 외로운 밤에 훌쩍이다 지쳐 친구들을 만나서 술 한잔 할 때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새로운 사랑을 느끼며 너보다 괜찮다고 생각할 때 많이도 흐려진 기억을 발견하고 피식 웃음을 짓는 나를 발견했을 때 나는 조금씩 너와 헤어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헤어짐은 어떤 순간이 아니라 이렇게 긴 과정이라는 걸 그렇게 나는 너와 오래도 헤어지고 있는 중이라는 걸 실감했다 그렇게 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