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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그, 날

엄간지 2018. 8. 30. 12:02

유독 날씨가 덜 추웠던 날

며칠 동안 흐리던 하늘도 걷혀

아 이제 봄이 오는구나 하며

겨우내 너무 뻔질나게 입어서

군내가 슬슬 나던 코트를

드라이 맡겨야겠다고 생각했던 날

 

며칠 전 오랜만에 갔던 너의 동네

너의 집 앞 작은 상가

너무나도 바뀐 모습에

무심했던 날 반성 하고

너에게 잘 해줘야지.

우리 정말 잘 지내왔는데.

너에게 맛있는 걸 사주고 싶었던 날

 

유독 네가 생각나던 날

많이 싸우기도 하고

서로 지치기도 했지만

좋았던 날, 행복했던 날

힘들었던 날

기다려주던 너를 떠올리며

서둘러 널 만나고 싶었던 날

 

조금 늦었지만

밝게 웃으며 미안하다고 해야지 하며

그런 날 보며 웃어주는 너를 기대했던 날

 

그런 날.

그날.

우리 헤어지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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