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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서른서른해
수화기 너머의 친구는 살짝 꼬인 발음으로 말했다. 위스키를 마시고 있다고 했나. “나는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난 거 같아. 그렇게 좋은 사람을 이렇게 아프게 하다니. 나는 정말 나쁜 년이야.” 짤랑거리는 글라스 안의 얼음 소리와 한숨 소리가 섞여 애달프다. “나는 정말 그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나 같은 나쁜 년보다 더… 진심이야.” 잠시 친구의 훌쩍이는 소리를 듣다가, 나지막이 나는 말했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 중, 단 한 명 만이라도 너처럼 날 생각 해 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좋겠다” 수화기 너머의 친구의 모습이 누군가로 보였다. “행복할 거 같아. 그렇게 날 생각해 줬다면…” 괜히 울컥한 마음에, 그녀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넌 좋은 여자야.”
너에겐 뜬금 없을지도 모르겠다 많은 시간이 지난 우리의 이별 너도 조금은 아팠을 거고 생각도 많이 했을 거고 시간이 지나서 괜찮아졌을 거고 이제는 드디어 흔적도 흐릿해진 지금에서야 툭 건네는 나의 말이 서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제서야 조금 괜찮아 기울기로 따지자면 안 괜찮은 쪽에 기울어있을 지도 몰라 하지만 그래도 너에게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을 정도로는 괜찮아 그러니까 그냥 괜찮은 걸로 할게 너를 많이 미워했었어 내가 쏟은 마음들을 그렇게 한 번에 쏟아버린 너를 너를 많이 원망했었어 내 마음은 신경 쓰지 않고 내뱉어버린 너의 이별을 괜찮아진 이제서야 나는 조금씩 알 것도 같아 내가 쏟은 마음만큼 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너를 내 마음보다는 네가 행복한 것이 더 중요했던 너를 내가 너의 마음을 잘..
헤어짐을 실감하는 건 어떤 순간일까 주말이 한가 할 때 일까 외로운 밤에 훌쩍일 때 일까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새로운 사랑을 느낄 때 일까 문득 떠올렸을 때 많이도 흐려진 기억을 발견했을 때 일까 생각해보면 헤어짐이라는 건 어떤 순간이 아니라 긴 시간 나를 조금씩 놀라게 했던 것 같다 한가한 주말에 혼자서 아무렇지 않게 티브이를 보고 있을 때 외로운 밤에 훌쩍이다 지쳐 친구들을 만나서 술 한잔 할 때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새로운 사랑을 느끼며 너보다 괜찮다고 생각할 때 많이도 흐려진 기억을 발견하고 피식 웃음을 짓는 나를 발견했을 때 나는 조금씩 너와 헤어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헤어짐은 어떤 순간이 아니라 이렇게 긴 과정이라는 걸 그렇게 나는 너와 오래도 헤어지고 있는 중이라는 걸 실감했다 그렇게 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