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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괜찮아진 이제서야 너에게

엄간지 2018. 12. 6. 13:59


너에겐 뜬금 없을지도 모르겠다

많은 시간이 지난 우리의 이별

너도 조금은 아팠을 거고

생각도 많이 했을 거고

시간이 지나서 괜찮아졌을 거고

이제는 드디어 흔적도 흐릿해진 지금에서야

툭 건네는 나의 말이

 

서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제서야 조금 괜찮아

기울기로 따지자면 안 괜찮은 쪽에 기울어있을 지도 몰라

하지만 그래도 너에게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을 정도로는 괜찮아

그러니까 그냥 괜찮은 걸로 할게

 

너를 많이 미워했었어

내가 쏟은 마음들을 그렇게 한 번에 쏟아버린 너를

너를 많이 원망했었어

내 마음은 신경 쓰지 않고 내뱉어버린 너의 이별을

 

괜찮아진 이제서야

나는 조금씩 알 것도 같아

내가 쏟은 마음만큼 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너를

내 마음보다는 네가 행복한 것이 더 중요했던 너를

내가 너의 마음을 잘 몰랐다는 것을

너의 마음도 나와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을

 

어쩜 그리도 태연할까

어쩜 그리도 차가울까

내가 괜찮지 않기에 미웠던

너의 괜찮은 모습들도

이제는 이해해 보려고 해

네가 힘들고 슬픈 것 보다는

네가 괜찮았기에 그 수많은 미련 속에서도

괜찮아 보려고 노력했으니까

괜찮아진 이제서는

그런 너에게 고마워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응 나도 알아

하나도 안 괜찮아 보이는 거

아직도 네 생각만 하면 안 괜찮아지는 나를 나도 알아

시선이 닿는 모든 곳마다 가지를 뻗는 너의 흔적들에

아직도 가끔은 정신 못 차리고 멍하니 있곤 해

 

그래도 조금은 괜찮아진 이제서야 너에게

이 말은 해 보고 싶었어

아직도 바보같이 널 추억하는 나지만

널 생각하면 지금도 주저앉는 나지만

네가 미워서 울기도, 화 내기도 했던 나지만

 

그래도

아직 네 웃는 모습을 떠올리면

나도 따라 씨익 웃는다고

아직 안기던 네 모습을 떠올리면

괜시리 포근한 마음이 된다고

 

놀랍게도 서론이 여기까지야

괜찮아진 이제서야 너에게

말하고 싶었던 본론을 말할게

 

고마웠어

이젠 안녕

내가 사랑했던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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