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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서른서른해
너, 왜 그럴 때 있잖아? 평소와 같은 귀갓길에도 유독 절룩거리는 날 수 없이 많은 별들 아래에서도 서늘히 외로운 날 쟁반 위 물 컵처럼 하고싶은 말이 잠방거리는 날 하지만 전화기 속 이름들을 손가락이 스쳐 지나기만 할 때 남루하고 희미하고 낡아버린 인연이지만, 그럴 때라면, 나라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싶은 말은 수없이 많겠지만 첫 마디는 정했어. 보고 싶었다, 로.
너와 만난 시간보다 긴 시간을 아파하는 나는 그 모습마저 너에게 못나 보일까 숨기며 괜찮은 척 그렇게 살아가다가 그렇게 살아가다가 희망보다는 아픔이 아픔보다는 체념이 결석처럼 아릿할 때 그때 정도면 조심스레 말 할 수 있겠지 잊었다고
진짜 사랑을 찾는다는 건 무엇일까요. 진짜 날 사랑해줄 사람을 만난다는 건 무엇일까요. 모르겠어요. 나는 항상 진심이었거든요.
유기된 마음이 아직 이 거리에 있습니다. 이 마음은 더이상 돌봐주는 이 없지만 아직 살아있습니다.
별안간 창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들었던 감정들이 놀라 일어나 잠 못 들던 기나긴 나의 비 오던 밤 혹시 당신의 밤에도 내가 다녀 갔나요
냉장고 정리를 한다. 네게 주려고 샀던 유명 제과점의 카스텔라. 주지도 못하고 유통기한이 지났다.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냉장고 문에서 소리가 났다. 딩동딩동 너에게 열어젖혀졌던 문을 이제 닫아야 하나보다 딩동딩동 마음을, 닫는다.
너에게 나, 그림자가 지나간 자리. 잠시간의 느낌 우연히 스친 어둠 그 무엇도 남지 않는 나에게 너, 무릎에 쏟아버린 커피. 타는 듯이 아픈 지우기 힘들 허무하고 창피한 우리는 사라지는 게 아름다울 우리 없었으면 좋았을 행복 공허한 단지, 지난 시간
중얼거린다. 몇 초간 뚫어져라 쳐다본다. 외운다. 넘긴다. 다시, 중얼거린다. 몇 초간 뚫어져라 쳐다본다. 외운다. 넘긴다. 다시. 단어를 외우는 일은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한 놀이다. 지금 외운 단어가 1시간 후에는 기억나지 않을 수 있다. 오늘 외운 단어들 중 일부는 내일만 되도 분명 서먹할 것이다. 그러나 머리와 나이를 탓할 필요는 없다. 그저,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즐기면 될 일이다. 느긋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