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서른서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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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오래된 조난자의 일기

엄간지 2024. 4. 9. 11:19

나는 지금도 엉망이야, 너의 소란한 행성을 헤매면서

헐떡이던 마음에 쓰라리던 뒤꿈치

굳은살 속 굳지 않은 것들은 상처일까

굳어버려 다행이다 생각하면서

다행일까 생각하면서

내가 비쳐도 흘러가는 물결에 비친 나는 다행일까

 

멸망한 작은 나라의 왕관을 쓴 것처럼

듣는 이는 없어도 이 그리움은 부끄러워

정처 없는 조그마한 방백을 반복하며

나는 이렇게 근거 없이도 늙어가고

 

까마귀 소리도 들리지 않는 이곳에서 멀리

그곳은 소란하다는 걸 아는데

나는 굳어버려서 엉망이야

여기가 이 행성의 어딘지도 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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