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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분리, 수거

엄간지 2023. 10. 19. 15:31

나는 지금도

다만 절룩거리는 거지.

분리수거 쓰레기를 내놓는 날마저.

 

아끼던 컵이었는데.

 

따위의 말을 하며,

뭐라도 크게 잃은 것처럼,

잠시 있었던 걸

가졌던 것마냥.

 

잠시 앉아서 바라보는 하늘엔, 어젠가의 삶의 어딘가에, 비가 오기도 하니까. 여름이 오고, 가을도 오니까, 시간이 가니까, 네가 아직도 없으니까.

무너져서 앉아만 있기는 뭐하니까.

다만 절룩거리는 거지.

지금도.

 

분리수거 쓰레기를 언제 수거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라지겠지, 하며 절룩거리며 돌아가는거지.

 

아끼던 컵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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