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서른서른해
그야, 비가 와서 그렇습니다. 본문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비에 젖는 계절입니다
창틀의 반짝이는 고인 빗물을 술상 삼아
술잔을 잡다가,
묵직이 놓인 밤공기를 안주로 한 입.
그야, 비가 와서 그렇습니다.
오늘 같은 비 오는 날은
쓴 것을 삼켜내는 속 보다
빗물에 손끝 발끝 입술부터 먼저 취하는 날이라,
잔 부딪혀 줄 친구를 부를 새도 없어서
보고 싶은 그녀를 또 앉혀두고
좋았던 그때를 또 말하고,
또 말하고.
항상 마지막은 미안하다고,
미안했다고.
정작 하고 싶은 말은 못 하면서,
라고, 그녀 옆에 앉은 그때의 내게 내가 말합니다.
보고 싶다고.
행복하냐고.
흔들리는 것이 아닙니다
젖어드는 것입니다.
다른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미 흠뻑 취했음에도
쓴 것을 삼키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그야, 비가 와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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