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서른서른해
이별 얘기가 아니고, 그렇다고 사는 얘기는 아니고 본문
함께하지 않은 밥을 씹고 입안을 한 모금 물로 적시고 나면, 아직도 어떤 냄새를 갖고 있을 음식들이 조각난 채 위장 안에 켜켜이 쌓이는 상상을 해. 그런 상상 속에서는 삼켰으니 소화가 될 것이라는 이치가, 기대나 예상이, 처음 보는 물건처럼 낯설어. 조금 전에 씹고 삼킨 것들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가라앉고 녹아서 아미노산이나 포도당 따위가 된다니. 디펩티드니 킬로미크론이니 갈락토오스, 먼 별에나 살 것 같은 이름들이 나의 피가 되고 살이 된다니. 너와의 일이 이별이라는 사람들 말처럼 당황스러워.
(……) 대체 내 살 어디에서 킬로미크론을 만질 수 있다는 걸까.
소화가 안되는 참으로, 오랜만에 너의 이름을 발음해봤어.
(……) 킬로미크론을 뱉을 수는 없잖아.
소화는 꼭 해야하는 일일까.
가끔은 네가 없음을 까먹어도 되지 않을까.
너와 함께했던 어느 아침 밥을 먹던 네가 문득 지겨울 때가 있었는데,
(……) 만날 사람 없는 오늘 같은 날들이 끝 모르게 지겨워. 너는 없고 나는 더 이상 자라지 않는데,
(……) 어째서 밥 같은 걸 씹어야 할까.
(……) 이별 이야기는 아니고, 그렇다고 사는 이야기도 아니고. 너와 밥을 먹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거란 사실이 자연스럽게 소화될 일인지 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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