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서른서른해

2014.9.12 본문

사는 이야기

2014.9.12

엄간지 2018. 12. 18. 16:12

어색하게 시선을 피하며 슬쩍 숙인 머리 위로

똑바로 보라는 듯 툭툭 치는 빗방울

 

억지로 올려 본 내 눈엔

흔들리는 너의 눈동자

나의 그날들에 나의 팔을 잡고 있던

너와

너와

 

그래 잘 했어

너는 짧은 머리보다 긴 머리가 잘 어울려

 

그때보다 진해진 화장

짧아진 치마는

네 우산을 들어주는 그 사람 취향인가봐

 

나름 잘 어울리네

나에겐 어색하긴 해도

 

티 나게 휙 돌리는 너의 시선을

너도 그 동안 조금은 힘 들었다는 말로 알아 들어도 되겠니

잘 지냈다고만 생각하면

조금 더 힘들 것만 같아서

 

우산을 가지고 나올 걸 그랬네

이렇게 초라하게 젖어있는 모습은

너도 불편할 텐데

 

떨궈지는 너의 고개, 너의 시선을

그날 제대로 못한

우리의 마지막 인사라고 생각할게


구태여 돌아보지는 않을게

혹시 너도 돌아보고 있다면

그게 두려우니까

 

한 번 더 안녕


그날 이후 수 없이 많은 날이 지나서

작별 인사만 한 번 더 하게 되네


이젠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살아도

다신 마주치지 않길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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