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눈이 많이 오던 밤 흐릿한 저기 저 앞에 네가 서 있는 거 같아서 브레이크를 밟으며 신호등을 두리번거렸지 보이지도 않는 정지선 위 나는 도대체 어디에서 멈추었을까 채 근처도 못 가서였을까 이미 선을 넘어서서 의미가 없었을까 어쩌면 딱 맞춰서 멈췄을까 아니면 멈추지 않아도 되었을까 눈이 그렇게 많이 오는데도 멈추지 말라는 너의 목소리는 눈을 뚫고 붉게 선명했고 그 말이 마지막일 줄 알면서 나는 네가 치여버렸을까 나가보지도 않고 그저 브레이크를 뽀드득 밟은 채 봄을 기다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