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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사랑은 나무같은 거야

엄간지 2018. 11. 8. 10:38

나에게 사랑은 나무 같은 거야. 함께 키워가는 거지

 

며칠 전 사랑은 터질라, 깨질라 두려운 커다란 풍선이나 유리구슬 같다는 나의 말에 친구가 해 준 말이었다.

함께 키워가는 나무라.

그럴 수도 있겠다. 손을 잡고 함께 물을 준다면, 함께 키워간다면. 무럭무럭 자라나 두 사람의 버팀목이 될 수 있다면. 뭐 그럴 수도 있겠다. 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터지고 깨져 아픈 나에겐 어디 먼 나라의 위인이 한 말 같은, 멋진 명언같은 이야기였다.

 

그리고 오늘 아침.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늘. 우산을 쓰고 걸어서 출근을 하다, 늦가을 비에 쏟아지듯 떨어져 내린 가로수의 낙엽들을 보았다. 누가 키우는지, 아니, 키우고 있는지도 알 수 없는 나무들의 처절한 시간의 흔적, 고생한 성장의 흔적이 맥없이 쏟아져 비에 물러지고 밟혀 으스러지는 모습을 보며 걸어갔다.

그래 사랑은 나무 같은 것 일 수도 있겠다. 힘들게 키우고 보살펴 자라나도 계절이 오면 한 무더기 무너져 버리고 마는. 키우는 사람이 없어 나무가 죽어도 그 자리에서 수년간 사라지지 않는. 그리고 어쩌면 두 사람이 아닌, 혼자서도 키워갈 수 있는.

너무 많은, 크고 작고 붉고 노란 낙엽들을 밟으면서, 다시 그 날들을 떠올렸다. 떨어지고 으스러지는 낙엽 하나하나에 그날들이 아른거렸다. 밟혔다.


밟을 낙엽들이 너무 많다. 버겁다. 그래서

사랑은 나무 같다.

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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