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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간지 2018. 11. 5. 14:17

허물어져버린 모래성을 물끄러미

조그마한 삽 하나를 들고 울고 서 있다

수 십 년간 몇 번을 거듭해 쌓아 올려봐도

실수에, 때론 심술에 무너져버리는 모래성을 보다

나는 서 있는 채로 허물어진다.

 

먹먹한 눈으로 모래성 한번

나의 반대로 나 있는 발자국 한번

번갈아 쳐다보다가

집으로 돌아가야지

 

아무리 털어봐도 손은 까슬까슬

신발 속은 바스락 바스락

소중히 쌓은 모래성의 흔적은

불쾌하기 짝이 없지만

내게도 소중한 모래성이 있었다는

마지막 흔적만 같아 쉽사리 털지 못하고

이윽고 허물어지고 만다.

 

끌려가듯 돌아와야 했던 삶에

오고 싶지 않던 집에

집으로 돌아와서야

집마저 어지럽히는

내 몸 가득 까슬까슬한 투성이들에

괜히 서러워

이제 손을 씻어야지

이제 털어내야지

 

하고 들어간 화장실

그 화장실 비누에 붙어있는 머리카락 하나에

나는 한 번 더 허물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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