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서른서른해

똑같다 본문

사는 이야기

똑같다

엄간지 2018. 11. 30. 15:42

사실 매일이 똑같았다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일어나 날씨를 확인하는 것도

샤워를 하고 렌즈를 끼며 정신을 차리는 것도

잠깐 침대에 앉아 뉴스를 보다가 8시쯤 회사로 출발하는 것도

 

사실 너만 달랐다

8 30분쯤 출근길에 너는 일어났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생긴 것도

점심 시간이 조금 지나 너는 뭘 먹었는지 궁금해 물어보던 것도

퇴근길 회사 문을 나서자 마자 너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도

 

나의 매일은 똑같았지만

네가

너만 달랐었다


이젠 나만 다르다

하나 정도 더 걸려있어도 아무 불편함이 없는 칫솔을 치운 것은 나다

세면대 한 켠에 얌전히 놓여있었던 리무버를 치운 것도 나다

네가 먹다 남긴 빵을 아직까지 냉장고에서 버리지 못 한 것도 나다

너와 함께 샀던 커플 신발을 신발장 구석에 처 박은 것도 나다

 

똑같은 매일에 하나하나 의미부여 하며 구태여 너의 흔적을 찾아 스스로 슬퍼하는 것은 나다

 

너를 슬퍼하는 나도

꽤나 오랜 시간 똑같다

 

너만 달랐던 날들을

나는 꽤 마음에 들어 했던 모양이다

 

너는 아직 나에게 똑같다

나의 매일은, 나는

달라진 것이 없다

 

똑같다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夢情 (Feat. 사랑을 했다 - 아이콘)  (0) 2018.12.07
괜찮아진 이제서야 너에게  (0) 2018.12.06
사랑은 나무같은 거야  (0) 2018.11.08
귀로  (0) 2018.11.05
헛 짓  (0) 2018.10.17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