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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입은

엄간지 2018. 8. 9. 12:13

식당에 앉자마자 냅킨을 깔고 수저를 방향에 맞춰 놓는다. 모두 오른손잡이시니까 젓가락을 오른쪽으로. 엎어져 있는 컵을 하나씩 휙휙 돌려서 세우고 찬 물을 담아 나눠 드린다. 메뉴판을 팀장님께 드리고 무엇을 시키실지 여쭤본다. 다음은 책임님, 선임님. 5명의 메뉴를 기억해야만 한다. 차장님 메뉴가 뭐였더라, 짬뽕 밥이었나 그냥 짬뽕이었나.


나와 선임님은 같은 메뉴를 시켰다. 먼저 나온 메뉴를 선임님에게 드리고 기다린다. , 내 것도 이어서 나온다. 아아 안타깝다 내 볶음밥. 내 거 먼저 나오면 먹지 못하고 식어버리잖아. 그야 팀장님 것이 안 나왔으니까.


한창 식사 중. 별안간 선임님이 종업원을 불러 물을 한 병 더 시킨다. 선임님 잔에 물은 아직 많은데? , 팀장님 컵이 비어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왜 알아채지 못했을까, 팀장님 컵의 물 상태는 수시로 체크 해야 되는 사항이잖아. 선임님 눈치를 살핀다.


식사를 마치자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자고 하신다. 계산을 하고 뒤늦게 나온 터라 카페에 제일 마지막으로 들어간다. 앞에서 팀장님, 차장님... 주문을 마치시고, 마지막에 고개를 빼꼼 내밀고 나도 아이스 아메리카노요. 라고 말 한다. 찝찝하다. , 내가 제일 먼저 들어와서 주문을 내가 취합했어야 하는데.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들어오니 메일이 와 있다. 처음 접해보는 업무다. 잘 모르겠다. 근데 급하단다. 선임님에게 물어봐야 되나. 점심시간이 끝나길 손꼽아 기다려 슬쩍 선임님 자리로 찾아가 본다. 저기, 뭐하나 여쭤봐도 될까요? 이런 메일이 왔는데 잘 모르겠어서. 이걸 왜 저 한테 물어봐요? ㅇㅇ씨는 누구한테 뭘 물어봐야 되는 지 모르는 것 같아요. 아 네 죄송합니다. 다른 분에게 여쭤볼게요.


회사에 소문이 났단다. 신입사원이 개념이 없다고 한다. 아 그러고 보니 9신데 퇴근은 언제 하지. 다들 안 가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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