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서른서른해
봄, 비가 와요. 본문
봄.
비가 와요.
비가 와요.
나는 비를 많이 좋아하지만 그대를 만날 땐 싫어했어요
비를 싫어했던 그대는 비 오는 날이면 날 만나러 오길 버거워했잖아요.
젖는 옷을 불쾌해하며 잘 웃어주지 않았죠. 밝은 당신의 웃음을 보고 싶었는데.
그래서 비가 싫었어요. 그때는.
비가 와요.
나는 비를 많이 좋아하지만 그대와 헤어지곤 조금 싫어졌어요.
유독 비가 오거나 눈이오면 잘 넘어지던 그대.
그런 날이면 내 팔을 잡고 작은 비명을 지르며 종종걸음을 걷곤 했잖아요.
이제는 나 없이 걸어갈까. 혹은 다른 사람의 팔이라도 빌리는 걸까.
비가 조금은 싫어졌어요. 지금은.
비가 와요.
비에 젖은 벚꽃들이 발 아래 흘러가요.
당신과 함께 벚꽃을 보러 갔을 때는 날씨가 참 좋았었죠.
벚꽃도 아마 아름다웠겠죠?
지금은 환하게 웃는 그대 얼굴만 기억나지만.
비가 와요.
흘러가요. 속절없이. 꽃잎이. 그때의 꽃잎이. 그때가.
당신과 내가 멀어진 듯, 기억도 까마득히 멀어져 가요.
비 오는 날엔 유독, 기분이 좋지 않은 그대 얼굴이 떠올라
그대 떠나가던 그 때가 더욱 기억나요.
야속하네요. 비는. 당신만큼.
비가 싫어졌어요.
난 사실 비보다
당신의 웃음을 좋아했었나 봐요.
당신도 이 봄.
이 비를 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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