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서른서른해
뒤돌아, 봄 본문
아직은 추워, 하며 붙여 둔 뽁뽁이를 이번 주말에는 꼭 떼어야겠다 생각할 때 즈음.
장바구니에 넣어 둔 기모가 들어간 얇은 외투. 이제 얼마나 입겠나 싶어 삭제할 때 즈음.
매년 봄, 좀비 같던 ‘벚꽃 엔딩’도 올해는 예전만큼 차트에 높게는 못 올라왔네 생각할 때 즈음.
조금은 늦었나, 생각하며 뒤돌아 보네요.
많은 이름이 생각나네요.
유독 시리던 지난 겨울. 아픈 바람들을 막아 주었던 이름들을.
순간순간 걱정해준 사람들, 어깨를 두드려준 친구들, 함께 울어준 친구, 곧 괜찮아질 거라고 태연하게 웃어 준 친구, 아버지, 어머니.
아직 여물지 못한 나라는 사람. 내가 뭐라고.
술 한잔, 커피 한 잔, 핫팩 하나를 건네었던 사람들.
그래도 당신들 덕분에 유독 길었던 이번 겨울
잊었던 따뜻함을 기억하고
봄을 기대했어요.
그리고 생각나네요.
사랑이었던 이름들이.
내가 버렸던 이름이. 나를 버렸던 이름이. 나를 원망해야 할 이름이. 사무치게 미운 이름이. 아름다웠던 이름이.
삼켜야만 하는 아픔들도, 죄책감도, 원망도. 모든 게 다 버거웠지만
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계절은 바뀌는 것을 알기에
무뎌질 것이라는 걸 기대했기에
봄을 기다렸어요.
뒤돌아 보면,
겨울이 추웠기에, 봄이 더 따뜻하고
겨울의 밤이 길기에, 봄이 더 찬란하고
겨울이 마지막이기에, 봄이 더 희망이라는 것.
봄은 다시 스스로 피어나는 계절이기에
여름, 가을, 겨울
다른 계절과는 다르게
봄
봄은 한 글자로 되어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뒤돌아,
내 등을 지켜봐 준 사람들에게
그 동안 고마웠다고 인사를 해 보겠습니다.
이젠 앞을 바라보며 살겠습니다.
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