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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서른서른해
아직은 추워, 하며 붙여 둔 뽁뽁이를 이번 주말에는 꼭 떼어야겠다 생각할 때 즈음. 장바구니에 넣어 둔 기모가 들어간 얇은 외투. 이제 얼마나 입겠나 싶어 삭제할 때 즈음. 매년 봄, 좀비 같던 ‘벚꽃 엔딩’도 올해는 예전만큼 차트에 높게는 못 올라왔네 생각할 때 즈음. 조금은 늦었나, 생각하며 뒤돌아 보네요. 많은 이름이 생각나네요. 유독 시리던 지난 겨울. 아픈 바람들을 막아 주었던 이름들을. 순간순간 걱정해준 사람들, 어깨를 두드려준 친구들, 함께 울어준 친구, 곧 괜찮아질 거라고 태연하게 웃어 준 친구, 아버지, 어머니. 아직 여물지 못한 나라는 사람. 내가 뭐라고. 술 한잔, 커피 한 잔, 핫팩 하나를 건네었던 사람들. 그래도 당신들 덕분에 유독 길었던 이번 겨울 잊었던 따뜻함을 기억하고 봄을 ..
흔한 질문이다. 하고 싶은지. 해야 하는지. 해야 하는 대로 살아왔다, 말하는 쪽은 대개 어른이다. 하고 싶은 대로 살아야지, 듣는 쪽은 대체로 아이다. 그러므로, 삶은 하고 싶음으로 시작돼서 해야 함으로 나아가다가 해야 하므로 끝이 난다. 죽고 싶지 않지만, 죽어야 해서 죽는다는 듯이. 마지막 문장은 틀릴 수도 있겠다. 살고 싶지 않아서 죽지, 죽고 싶어서 죽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무슨 말씀이신지, 정말- 할머니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얼른 죽어야지, 늙으면 얼른 죽어 버려야지. 그러니, 인생의 어느 시기를 넘어서부터는 죽음도 본인의 의무나 타인의 강제 같은 느낌인가 보다. 죽음조차도 해야 하는 일이 되나 보다. 월요일 아침에 깨어나야 하는 일처럼. 해야 하는 일을 해내는 아이를 어른스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