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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서른서른해
태풍은 한반도를 빗겨갑니다.
아침 뉴스를 본다 태풍은 오늘 다행히 한반도를 빗겨간다고 한다 큰 피해는 없을 거라고 눈 비비며 화장실로 향한다 창 밖에는 거센 비가 내린다 열어놓은 화장실 작은 창문으로 비가 들이치고 있다 칫솔에 흙탕물이 튀어 얼룩이 생겼다 태연히 칫솔을 닦는다 빗겨간 태풍으로도 비가 온다 별 다른 일 없이도 큰 삐걱거림 없이도 비는 온다 태풍이 스쳐도 칫솔은 얼룩진다 서른의 여름은 간다 태연히 얼굴을 닦는다
사는 이야기
2019. 8. 19. 12:15
비와 너, 그리고 세상
그날,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7월 중순 즈음 이었을까? 장마철이었던 것 같아. 그 전 날에도 비가 왔었던 것 같으니까. 나는 그 풍경과 그 소리를 좋아했어. 기숙사 학교라 평일이고 주말이고 항상 활기차고 시끄럽던 우리 학교. 비가 오면 잠수한 듯 조용히 물소리만 가득했지. 간혹 지나가는 기차소리는 도로롱 물 먹은 소리가 났고,학생들 목소리 대신에 멀찍이 들려오는 청개구리 소리. 적막한 학교는 아무도 없는 듯 했고, 우산을 쓰고 밖에 나가면 우산 아래는 이 조용한 세상의 나만의 공간인 것 만 같았어. 그 느낌이 좋아서 나는 주말에 비가 오면 괜히 우산을 들고 학교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곤 했지. 아마 그날도 그러다 널 만났을 거야. 주말이기도 했고, 비도 왔으니 우연히 만났을 리는 없고, 단 둘이서 만날 약속..
사는 이야기
2018. 8. 24. 1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