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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서른서른해
나의 첫사랑은 초등학교 때의 정유정. 유정이 너야. 입학식 때부터 졸업할 때 까지 6년에 걸친 지리한 짝사랑. 1학년 3학년 5학년 숫자도 퐁당퐁당 예쁘게 같은 반을 하면서 아주 어린이 시절부터, 사춘기에 조금씩 젖어들 때 까지 나는 너와 친해지려고 갖은 노력을 했었어. 관심을 받고 싶어서 하교 길을 따라가며 가방을 툭툭 치고 조금이라도 닿고 싶어서 너의 예쁘게 묶은 머리를 잡아당기고 이름을 부르고 싶어서 슬쩍 바꾼 ‘정류장’, ‘정육점’으로 가슴 떨리며 부르곤 했었지 사실 그래서였는지 어린시절의 너의 얼굴은 늘 찡그린 얼굴로 나를 노려보던 얼굴이 가장 많이 떠올라 그래도 좋았어. 나를 째려볼 때는 그래도 내 눈을 똑바로 쳐다봐 주었으니까. 너는 초등학생이던 내게 많은 처음을 선물해 주었어. 처음 화이트..
그날,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7월 중순 즈음 이었을까? 장마철이었던 것 같아. 그 전 날에도 비가 왔었던 것 같으니까. 나는 그 풍경과 그 소리를 좋아했어. 기숙사 학교라 평일이고 주말이고 항상 활기차고 시끄럽던 우리 학교. 비가 오면 잠수한 듯 조용히 물소리만 가득했지. 간혹 지나가는 기차소리는 도로롱 물 먹은 소리가 났고,학생들 목소리 대신에 멀찍이 들려오는 청개구리 소리. 적막한 학교는 아무도 없는 듯 했고, 우산을 쓰고 밖에 나가면 우산 아래는 이 조용한 세상의 나만의 공간인 것 만 같았어. 그 느낌이 좋아서 나는 주말에 비가 오면 괜히 우산을 들고 학교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곤 했지. 아마 그날도 그러다 널 만났을 거야. 주말이기도 했고, 비도 왔으니 우연히 만났을 리는 없고, 단 둘이서 만날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