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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서른서른해
굳은 얼굴로 마주보는 너와 나 마르고 차가운 바람이 우리 시선 사이를 지나고 아직은 채 마르지 못한 나의 감정에 떠다니는 나의 눈동자 네가 그렇게 좋다는 내게 너의 어느 하나라도 다 받아주고 싶었던 내게 꼭 그렇게 해야만 했었니 내가 너에게 고작 그 정도였을 뿐이니 메어오는 목소리에 이를 악물고 이야기를 하는 내 얼굴 흉터진 마음이 다시 욱신욱신 아려 올 것이며 막아놨던 추억들은 분출되듯 솟구치겠지 다만 나보다 키가 작아 날 올려다보는 너의 커다랗고 맑은 눈 작지만 붉고 예쁜 입술 내 소매를 살포시 잡은 가늘고 긴 너의 손가락 을 계속 바라보며 계속 참아내겠지 잘 지냈냐는 말을 많이 보고 싶었다는 말을 한 번 안아봐도 되겠냐는 말을 수 천 번 되뇌었던 너를 돌리기 위해 연습한 수많은 말들을
어색하게 시선을 피하며 슬쩍 숙인 머리 위로 똑바로 보라는 듯 툭툭 치는 빗방울 억지로 올려 본 내 눈엔 흔들리는 너의 눈동자 나의 그날들에 나의 팔을 잡고 있던 너와 너와 너 그래 잘 했어 너는 짧은 머리보다 긴 머리가 잘 어울려 그때보다 진해진 화장 짧아진 치마는 네 우산을 들어주는 그 사람 취향인가봐 나름 잘 어울리네 나에겐 어색하긴 해도 티 나게 휙 돌리는 너의 시선을 너도 그 동안 조금은 힘 들었다는 말로 알아 들어도 되겠니 잘 지냈다고만 생각하면 조금 더 힘들 것만 같아서 우산을 가지고 나올 걸 그랬네 이렇게 초라하게 젖어있는 모습은 너도 불편할 텐데 떨궈지는 너의 고개, 너의 시선을 그날 제대로 못한 우리의 마지막 인사라고 생각할게 구태여 돌아보지는 않을게 혹시 너도 돌아보고 있다면 그게 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