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장마 (2)
인생은 서른서른해
30도를 넘겼다는 낮을 모르게, 우리는 느지막이 저녁 5시쯤 집을 나섰다. 장마가 곧 올지 모르는 여름. 저녁은 느긋이 선선했다. 쓸데 없는 이야기를 하다 지나쳐버린 버스정류장. 다시 돌아가는 길이 왜 그리도 흐뭇했는지. 웃음 뒤로는 ‘잡은 손에서 땀이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이젠 들지 않네’ 하며 무르익은 너와 나를 생각했다. 일부러 노상에 앉아 타닥타닥 숯 타는 소리를 들으며, 이 고깃집은 시끄럽지 않아 좋네. 어제 갔던 호프집은 너무 시끄러웠어. 라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작은 너의 얼굴, 적당히 기른 너의 단발머리가 위아래로 찰랑거린다. 며칠 동안 네가 말하기 망설이던 이야기를 넌지시 물어본다. 너는 멋쩍게 웃으며 ‘어떤 이야기 일 것 같아?’하며 물어본다. 생각했던 이야기들은 많지만, 말하지 않..
그날,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7월 중순 즈음 이었을까? 장마철이었던 것 같아. 그 전 날에도 비가 왔었던 것 같으니까. 나는 그 풍경과 그 소리를 좋아했어. 기숙사 학교라 평일이고 주말이고 항상 활기차고 시끄럽던 우리 학교. 비가 오면 잠수한 듯 조용히 물소리만 가득했지. 간혹 지나가는 기차소리는 도로롱 물 먹은 소리가 났고,학생들 목소리 대신에 멀찍이 들려오는 청개구리 소리. 적막한 학교는 아무도 없는 듯 했고, 우산을 쓰고 밖에 나가면 우산 아래는 이 조용한 세상의 나만의 공간인 것 만 같았어. 그 느낌이 좋아서 나는 주말에 비가 오면 괜히 우산을 들고 학교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곤 했지. 아마 그날도 그러다 널 만났을 거야. 주말이기도 했고, 비도 왔으니 우연히 만났을 리는 없고, 단 둘이서 만날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