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잊혀짐 (2)
인생은 서른서른해
출근길에 커피를 한 잔 사서 사무실에 앉아. 보통 다른 사람들이 오기 전 까지는 30분 정도 시간이 있어. 달력을 보며 스케줄을 체크하다가 그날 이후로 5월이네. 벌써. 빨대로 가라앉은 커피를 주욱 들이켜 올려. 너와 작년 이맘때 즈음 마셨던 커피. 루프탑 카페였었지 커피잔의 생김새나 카페의 인테리어는 잘 생각나지 않지만 쨍하던 햇살에 때 이른 더위, 내 손을 잡은 길고 가는 너의 손가락 그리고 웃는 얼굴이 생각이 나. 행복했었나 보다. 그때도 커피는 끝 맛이 조금 썼던가. 그 이후로 때때로 그 앞을 지나갔었지 오늘도 쨍한 햇살과 때 이른 더위 다만 그 날과 다른 건 널 보러 가는 길은 이제 아니라는 것. 횡단보도에 서서 한참 옥상을 올려다보았지. 그마저 몇 개월이 지났네. 그래, 너도 많이 참았을 거야..
문득 알았다. 몇 개월간 설치던 잠이 늘었다. 불현듯 눈을 뜨곤 했다. 하릴없이 새벽 천장을 보다 보면, 떠올리기엔 너무 행복했던 그 때들이 내게 쏟아졌다. 제발 다시 잠들길, 제발 다시 잠들길 고대하며 베개를 끌어안던 밤의 향기. 너무 빨리 일어나 멍하니 뉴스를 보던, 해도 채 다 뜨지 못한 새벽의 공기. 불 꺼진 방안의 날마다 생경한 풍경. 내일 눈이 붓지 않기를. 내일 눈이 붓지 않기를. 요즘엔 잠이 고프다. 그간 못 잤던 잠을 몸이 보상받고자 하는 기분이다. 나른하고 무거운 눈꺼풀이 고맙고 반갑다. 술을 줄였다. 사실 잠이 오지 않아 술을 먹었다. 술을 먹으면 그래도 쓰러질 수 있었다. 그때 그 침대로. 술을 먹으면 떠오르는 얼굴이 고맙게도 선명하지 않았다. 그래서 외면할 수 있었다. 아픈 머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