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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여느 아침(with 어떻게 노래할 수 있을까)

엄간지 2019. 5. 16. 14:29

출근길에 커피를 한 잔 사서 사무실에 앉아.

보통 다른 사람들이 오기 전 까지는 30분 정도 시간이 있어.

달력을 보며 스케줄을 체크하다가

그날 이후로

5월이네. 벌써.

빨대로 가라앉은 커피를 주욱 들이켜 올려.

 

너와 작년 이맘때 즈음 마셨던 커피.

루프탑 카페였었지

커피잔의 생김새나 카페의 인테리어는 잘 생각나지 않지만

쨍하던 햇살에 때 이른 더위,

내 손을 잡은 길고 가는 너의 손가락

그리고 웃는 얼굴이 생각이 나.

행복했었나 보다.

그때도 커피는 끝 맛이 조금 썼던가.

 

그 이후로

때때로 그 앞을 지나갔었지

오늘도 쨍한 햇살과 때 이른 더위

다만 그 날과 다른 건

널 보러 가는 길은 이제 아니라는 것.

횡단보도에 서서 한참 옥상을 올려다보았지.

 

그마저 몇 개월이 지났네.

 

그래, 너도 많이 참았을 거야.

마지막의 너의 표정

남에게 보다 못한 말투

그 모습으로 이따금씩 계속 머릿속에 나타나 말해주었지

아직도 조금 아파

 

너는 이렇게 구는 내가 싫어졌다고 했지만

나만큼 나를 싫어하지는 못 했을 거야

 

너와 만난 시간만큼

많은 시간들이 지나가.

이젠 너의 생일도, 우리 만난 날도

아무 날도 아닌 오늘처럼 무던히 지나가길 바라.

매일 마시는 이 커피처럼

들이키고, 또 비워내는.

 

커피잔을 내려놔

아니, 사실 내려놓은 커피잔을 계속 잡고 있었을 뿐이지.

사람들이 올 시간이 되었어.

똑같은 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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