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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서른서른해
태풍은 한반도를 빗겨갑니다.
아침 뉴스를 본다 태풍은 오늘 다행히 한반도를 빗겨간다고 한다 큰 피해는 없을 거라고 눈 비비며 화장실로 향한다 창 밖에는 거센 비가 내린다 열어놓은 화장실 작은 창문으로 비가 들이치고 있다 칫솔에 흙탕물이 튀어 얼룩이 생겼다 태연히 칫솔을 닦는다 빗겨간 태풍으로도 비가 온다 별 다른 일 없이도 큰 삐걱거림 없이도 비는 온다 태풍이 스쳐도 칫솔은 얼룩진다 서른의 여름은 간다 태연히 얼굴을 닦는다
사는 이야기
2019. 8. 19. 12:15
열대야
볼에 내려앉는 뭉근한 햇살에 척척한 장마 기운이 묻어가고 이른 아침 나는 횡단보도로 향하는 보도블럭 끝에 발을 걸쳐놓고 어렴풋한 지난 여름 잠들지 못하고 서로가 서로를 모르던 때 오갔던 파도를 세던 밤 앙다문 너의 입술 사이로 살짝 보이던, 이름 모를 조개 껍질 같던 너의 하얀 이 까만 밤 같은 너의 긴 머리를 걷고 후우 바람을 불면, 무엇보다 밝은 반달이 되던 너의 눈 불은 꺼져있었지만 낡은 기타, 울리는 아르페지오 소리처럼 잔잔하던 방안을 돌던 매미소리 도근거리던 너와 나의 박동소리 탁자 위에 올려 놓은 컵의 얼음 소리 보다 작던 너의 이름을 부르던 나의 작은 목소리 대답은 돌아오지 못하고 흩어졌지만 돌아온 여름에 모자란 어젯밤 잠처럼 어렴풋한 지난 여름 따뜻한 푸른빛이 창에 붙은 잠에 깬 새벽 색색..
사는 이야기
2019. 6. 5.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