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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열대야

엄간지 2019. 6. 5. 15:00

볼에 내려앉는 뭉근한 햇살에

척척한 장마 기운이 묻어가고

이른 아침

나는 횡단보도로 향하는 보도블럭 끝에 발을 걸쳐놓고

어렴풋한 지난 여름

 

잠들지 못하고 서로가 서로를 모르던 때 오갔던 파도를 세던 밤

앙다문 너의 입술 사이로 살짝 보이던, 이름 모를 조개 껍질 같던 너의 하얀 이

까만 밤 같은 너의 긴 머리를 걷고 후우 바람을 불면, 무엇보다 밝은 반달이 되던 너의 눈

불은 꺼져있었지만

 

낡은 기타, 울리는 아르페지오 소리처럼

잔잔하던

방안을 돌던 매미소리

도근거리던 너와 나의 박동소리

탁자 위에 올려 놓은 컵의 얼음 소리

보다 작던

너의 이름을 부르던 나의 작은 목소리

 

대답은 돌아오지 못하고 흩어졌지만

 

돌아온 여름에

모자란 어젯밤 잠처럼

어렴풋한 지난 여름

 

따뜻한 푸른빛이 창에 붙은 잠에 깬 새벽

색색이며 곤히 잠든 너의

동그랗던 볼이

모자라서

 

아직까지

눈을 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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