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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서른서른해
추억으로
잘 열지 않는 낡은 서랍에, 작은 봉투 하나. 호랑나비 사진관. 찍습니다. 이제 취업을 준비하겠다며 함께 찾아간 노량진의 작은 사진관. 굳은 표정에 부릅뜬 눈. 어색해 하는 너를 바라보며 나는 한없이 웃고 있었지. 웃지 말라는 너의 투정. 너의 그 어색한 투정마저 좋았을까. 사진사 아저씨 뒤에서 웃는 나를 보며, 살짝 보이는 너의 덧니가 묻은 미소 그 해, 초여름. 작은 골목을 뚫고 지나온 저녁 볕. 능숙한 사진사 아저씨 등 뒤로 듬성히 떠다니는 먼지. 잔잔히 들려오던 카페에서의 음악소리. 나지막하던 사진 인쇄 소리. 네 머리에 합성된 어색하리만큼 단정한 머리가 웃겨 한참을 웃는 우리에게, 보기 좋으시네요. 추억으로 두분 한 장 찍어 드릴게요. 찍습니다. 잘 열지 않는 낡은 서랍에, 작은 봉투 하나 호랑..
사는 이야기
2019. 8. 20. 15:32
사진을 지우자
사진을 지우자 너를 미워하기도 지칠 무렵 돌아보면 아프기만 한 시간들을 지나 몇 달 전부터 계획만 하고 못했던 그 일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헤어지는 날부터 만나는 날까지 손가락으로 꾹꾹 우리를 짚어가며 웃는 너의 이마에 오랜만에 나의 손가락이 닿는다 그랬었지 좋았었지 하며 돌아본 추억에 하나씩 체크 그 동안 수고했어 우리 사랑하느라 만나느라 아파하느라 잊어가느라 벌써 수 백 개 그날도, 그때도, 그곳도소중했던 우리는 이제 쓰레기통에 뒤져도 없을 구태여 꺼내어 늘어놓을 오래되어 남루한 이야기로만 그게 조금 아프지만 사진을 지우자 우리를 지우자 ‘정말로 삭제하겠습니까’ 확인 꼭
사는 이야기
2019. 3. 12. 1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