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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사진을 지우자

엄간지 2019. 3. 12. 13:40

사진을 지우자

 

너를 미워하기도 지칠 무렵

돌아보면 아프기만 한 시간들을 지나

몇 달 전부터 계획만 하고 못했던 그 일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헤어지는 날부터 만나는 날까지

손가락으로 꾹꾹 우리를 짚어가며

 

웃는 너의 이마에

오랜만에 나의 손가락이 닿는다

 

그랬었지

좋았었지

하며 돌아본 추억에

하나씩 체크

 

그 동안 수고했어 우리

사랑하느라

만나느라

아파하느라

잊어가느라

 

벌써 수 백 개

그날도그때도그곳도

소중했던 우리는 이제 쓰레기통에

뒤져도 없을

구태여 꺼내어 늘어놓을

오래되어 남루한 이야기로만

 

그게 조금 아프지만

 

사진을 지우자

우리를 지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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