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서른서른해
사진을 지우자 본문
사진을 지우자
너를 미워하기도 지칠 무렵
돌아보면 아프기만 한 시간들을 지나
몇 달 전부터 계획만 하고 못했던 그 일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헤어지는 날부터 만나는 날까지
손가락으로 꾹꾹 우리를 짚어가며
웃는 너의 이마에
오랜만에 나의 손가락이 닿는다
그랬었지
좋았었지
하며 돌아본 추억에
하나씩 체크
그 동안 수고했어 우리
사랑하느라
만나느라
아파하느라
잊어가느라
벌써 수 백 개
그날도, 그때도, 그곳도
소중했던 우리는 이제 쓰레기통에
뒤져도 없을
구태여 꺼내어 늘어놓을
오래되어 남루한 이야기로만
그게 조금 아프지만
사진을 지우자
우리를 지우자
‘정말로 삭제하겠습니까’
확인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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