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서른서른해

추억으로 본문

사는 이야기

추억으로

엄간지 2019. 8. 20. 15:32

잘 열지 않는 낡은 서랍에, 작은 봉투 하나.

호랑나비 사진관.

 

 

찍습니다.

 

이제 취업을 준비하겠다며 함께 찾아간 노량진의 작은 사진관.

굳은 표정에 부릅뜬 눈. 어색해 하는 너를 바라보며 나는 한없이 웃고 있었지.

웃지 말라는 너의 투정. 너의 그 어색한 투정마저 좋았을까.

사진사 아저씨 뒤에서 웃는 나를 보며, 살짝 보이는 너의 덧니가 묻은 미소

그 해, 초여름.

 

작은 골목을 뚫고 지나온 저녁 볕. 능숙한 사진사 아저씨 등 뒤로 듬성히 떠다니는 먼지.

잔잔히 들려오던 카페에서의 음악소리. 나지막하던 사진 인쇄 소리.

 

네 머리에 합성된 어색하리만큼 단정한 머리가 웃겨 한참을 웃는 우리에게,

보기 좋으시네요. 추억으로 두분 한 장 찍어 드릴게요.

 

찍습니다.

 

 

잘 열지 않는 낡은 서랍에, 작은 봉투 하나

호랑나비 사진관.

보기 좋은 우리.

추억으로.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거지를 합니다.  (0) 2019.09.07
8월 25일  (0) 2019.08.25
태풍은 한반도를 빗겨갑니다.  (0) 2019.08.19
단순하게  (0) 2019.08.12
매미  (0) 2019.08.06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