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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서른서른해
볼에 내려앉는 뭉근한 햇살에 척척한 장마 기운이 묻어가고 이른 아침 나는 횡단보도로 향하는 보도블럭 끝에 발을 걸쳐놓고 어렴풋한 지난 여름 잠들지 못하고 서로가 서로를 모르던 때 오갔던 파도를 세던 밤 앙다문 너의 입술 사이로 살짝 보이던, 이름 모를 조개 껍질 같던 너의 하얀 이 까만 밤 같은 너의 긴 머리를 걷고 후우 바람을 불면, 무엇보다 밝은 반달이 되던 너의 눈 불은 꺼져있었지만 낡은 기타, 울리는 아르페지오 소리처럼 잔잔하던 방안을 돌던 매미소리 도근거리던 너와 나의 박동소리 탁자 위에 올려 놓은 컵의 얼음 소리 보다 작던 너의 이름을 부르던 나의 작은 목소리 대답은 돌아오지 못하고 흩어졌지만 돌아온 여름에 모자란 어젯밤 잠처럼 어렴풋한 지난 여름 따뜻한 푸른빛이 창에 붙은 잠에 깬 새벽 색색..
문득 알았다. 몇 개월간 설치던 잠이 늘었다. 불현듯 눈을 뜨곤 했다. 하릴없이 새벽 천장을 보다 보면, 떠올리기엔 너무 행복했던 그 때들이 내게 쏟아졌다. 제발 다시 잠들길, 제발 다시 잠들길 고대하며 베개를 끌어안던 밤의 향기. 너무 빨리 일어나 멍하니 뉴스를 보던, 해도 채 다 뜨지 못한 새벽의 공기. 불 꺼진 방안의 날마다 생경한 풍경. 내일 눈이 붓지 않기를. 내일 눈이 붓지 않기를. 요즘엔 잠이 고프다. 그간 못 잤던 잠을 몸이 보상받고자 하는 기분이다. 나른하고 무거운 눈꺼풀이 고맙고 반갑다. 술을 줄였다. 사실 잠이 오지 않아 술을 먹었다. 술을 먹으면 그래도 쓰러질 수 있었다. 그때 그 침대로. 술을 먹으면 떠오르는 얼굴이 고맙게도 선명하지 않았다. 그래서 외면할 수 있었다. 아픈 머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