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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텀블러

엄간지 2019. 2. 20. 12:53

 

부웅 울리는 전화에 무심결에 핸드폰을 본다.

스케쥴러에 빨갛게 떠 있는 날짜. . 2월 초순. 너의 생일이었다.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빨간 나의 텀블러로 커피를 마신다.

 

작년 새해를 맞아 너에게 주려고 산 선물은 아직도 냉장고 위에 있다.

작은 텀블러.

 

네가 나의 생일 선물로 이 빨간 텀블러를 주며

취직하면 꼭 이 텀블러로 물을 마시라고 했었던 게 문득 기억나

너에게 줄 새해 선물로 사놨던 텀블러였지.

 

너도 취업을 하면 내가 준 텀블러로 꼭 마시라고.

서로가 옆에 있음을 느꼈으면 좋겠다.

항상 서로에게 따뜻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라고 하며 주려고 했었지.

 

나는 아직도 네가 준 텀블러로 물을 마시는데

작년 1월을 채 넘기지 못하고 헤어진 우리

결국 텀블러는 아직도 내 냉장고 위에서

포장도 풀지 못 한 채로 1년이 지나

벌써 2월 초순 너의 생일이 지나간다.

 

그래,

지나간 연인이다.

하지만 아직 보내진 못한 연인이다.

 

겨울, , 여름, 가을

또 겨울, ,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겨울에 만나 내 시리던 시절을 함께 한 너는

아직도 따뜻하게 내 입술을 감싸고

내 손을 데워준다.

 

그래, 생일 축하했다.

나 널 참 많이 좋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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