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서른서른해
텀블러 본문
부웅 울리는 전화에 무심결에 핸드폰을 본다.
스케쥴러에 빨갛게 떠 있는 날짜. 아. 2월 초순. 너의 생일이었다.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빨간 나의 텀블러로 커피를 마신다.
작년 새해를 맞아 너에게 주려고 산 선물은 아직도 냉장고 위에 있다.
작은 텀블러.
네가 나의 생일 선물로 이 빨간 텀블러를 주며
취직하면 꼭 이 텀블러로 물을 마시라고 했었던 게 문득 기억나
너에게 줄 새해 선물로 사놨던 텀블러였지.
너도 취업을 하면 내가 준 텀블러로 꼭 마시라고.
서로가 옆에 있음을 느꼈으면 좋겠다.
항상 서로에게 따뜻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라고 하며 주려고 했었지.
나는 아직도 네가 준 텀블러로 물을 마시는데
작년 1월을 채 넘기지 못하고 헤어진 우리
결국 텀블러는 아직도 내 냉장고 위에서
포장도 풀지 못 한 채로 1년이 지나
벌써 2월 초순 너의 생일이 지나간다.
그래,
지나간 연인이다.
하지만 아직 보내진 못한 연인이다.
겨울, 봄, 여름, 가을
또 겨울,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겨울에 만나 내 시리던 시절을 함께 한 너는
아직도 따뜻하게 내 입술을 감싸고
내 손을 데워준다.
그래, 생일 축하했다.
나 널 참 많이 좋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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