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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남은 낙엽

엄간지 2019. 1. 31. 18:01

겨울의 끝자락

나무 가지 끄트머리에

채 떨어지지 못한 낙엽이 붙어있다

모두 잊었다고 생각했을 때

줄기로 뻗어있는 기억에 끄트머리에 걸려

찬란한 어제였던

회갈빛으로 바래져 말라 비틀어진 낙엽이


언젠가 어떤 바람이 불면

떨어질지도 모른다

언젠가 어떤 비가 내리면

녹아 내릴지도 모른다

언젠가 어떤 눈이 내리면

바스러질지도 모른다

다만 그러지 않을지도 모른다

모를 일이다


그 언젠가

버티기 힘든 추위에

날 자를 듯 한 바람에 이를 악물며

불현듯 가지 끝을 보았을 때

그때도 이렇게 남아있을까

애타는 바람에도 남아있을까


다만

곧 봄은 온다고 한다

비에도, 눈에도, 바람에도

떨어지지 못한 낙엽은

새로 돋아나는 이파리에 밀려 떨어질 것이다


언젠가 이 추위가 가신다면

언젠지 모를

이 추위가 물러나는

간절히 기다리던 그 날이면

떨어지지 못한 낙엽은 떨어질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결국

떨어져

돋아나는 이파리의 양분이 될 것이다

그럴 것이다


아직은 바람이 차다

남은 낙엽은 아직 떨어지지 않는다


봄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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