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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서른서른해
나의 첫사랑은 초등학교 때의 정유정. 유정이 너야. 입학식 때부터 졸업할 때 까지 6년에 걸친 지리한 짝사랑. 1학년 3학년 5학년 숫자도 퐁당퐁당 예쁘게 같은 반을 하면서 아주 어린이 시절부터, 사춘기에 조금씩 젖어들 때 까지 나는 너와 친해지려고 갖은 노력을 했었어. 관심을 받고 싶어서 하교 길을 따라가며 가방을 툭툭 치고 조금이라도 닿고 싶어서 너의 예쁘게 묶은 머리를 잡아당기고 이름을 부르고 싶어서 슬쩍 바꾼 ‘정류장’, ‘정육점’으로 가슴 떨리며 부르곤 했었지 사실 그래서였는지 어린시절의 너의 얼굴은 늘 찡그린 얼굴로 나를 노려보던 얼굴이 가장 많이 떠올라 그래도 좋았어. 나를 째려볼 때는 그래도 내 눈을 똑바로 쳐다봐 주었으니까. 너는 초등학생이던 내게 많은 처음을 선물해 주었어. 처음 화이트..
네가 없는 올해 나의 크리스마스 트리는 엉망진창일 것 같다. 졸린 목소리로 다정히 인사하던 휴대폰 속 너의 목소리가 문득 걸리고 출근 길 신발 끈을 매다가 너랑 함께 산 커플 신발이 걸리고 너와 매년 이맘때 즈음 함께하던 기념일 날짜와 비슷한 버스 번호가 걸리고 길을 지나다 네가 좋아하던 곱창 냄새가 걸리고 헤어지던 날 내가 했던 모진 말에 울먹이던 너의 눈이 걸린다 이렇게 휴대폰도, 신발도, 버스도, 곱창도, 너의 눈도 걸려 슬픈 것들만 가득 걸린 엉망진창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 그 트리가 한 켠에 있는 너 없는 크리스마스가 익숙해 질 때 까지는, 아무리 머리 속을 거르고 걸러도 남아있는 너의 흔적이 없어질 때 까지는, 얼마나 걸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