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이사준비 (1)
인생은 서른서른해
짐 정리
이삿짐을 싸며 쓰지 않을 물건을 정리하다가 마주칩니다. 장롱 안 종이상자. 눈에 걸치면 마음 아플까 깊숙이 숨겨놓았던, 언젠가 내 생일 선물을 담아 주었던. 그 상자. 차곡차곡 쌓여있는 그녀가 주었던 편지들과 그녀와 함께 보았던 콘서트의 팜플렛 그녀와 탔었던 기차표, 비행기 티켓 2년 전 이맘때 즈음부터는 편지도, 사진도, 티켓도 쌓이지 않았겠구나. 생각하며 편지 봉투에 나란히 적혀있는 그녀와 나의 이름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언젠가 다시 쓸 수도 있겠다 생각했던 걸까, 여태껏 남겨 놓은 상자를 이제 쌓이지 않을 상자를 쓰레기통에 넣습니다. 쓰지 않을 물건을 정리합니다. 이제는 쓰지 않을 마음입니다.
사는 이야기
2019. 12. 9. 1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