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밥 (1)
인생은 서른서른해
이별 얘기가 아니고, 그렇다고 사는 얘기는 아니고
함께하지 않은 밥을 씹고 입안을 한 모금 물로 적시고 나면, 아직도 어떤 냄새를 갖고 있을 음식들이 조각난 채 위장 안에 켜켜이 쌓이는 상상을 해. 그런 상상 속에서는 삼켰으니 소화가 될 것이라는 이치가, 기대나 예상이, 처음 보는 물건처럼 낯설어. 조금 전에 씹고 삼킨 것들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가라앉고 녹아서 아미노산이나 포도당 따위가 된다니. 디펩티드니 킬로미크론이니 갈락토오스, 먼 별에나 살 것 같은 이름들이 나의 피가 되고 살이 된다니. 너와의 일이 이별이라는 사람들 말처럼 당황스러워. (……) 대체 내 살 어디에서 킬로미크론을 만질 수 있다는 걸까. 소화가 안되는 참으로, 오랜만에 너의 이름을 발음해봤어. (……) 킬로미크론을 뱉을 수는 없잖아. 소화는 꼭 해야하는 일일까. 가끔은 네가 없..
잡다한 생각
2022. 11. 13. 1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