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서른서른해
목욕 본문
누구도 보지 않는 밤엔
나를 감출 필요는 하나도 없지
내 모든 살을 드러내도
누구도 보지 않아
내 부끄러움을 가려주던 옷가지를 하나씩 벗고
주위를 살피려 걸친 안경도 벗고
내 체온보다 조금 더 뜨거운 물에 던져
온 몸 묻어있는 내가 아닌 것들을 구석구석 씻어내고
천천히 푸욱 담가보자
감당하기 조금 힘들 정도로 뜨거웠던 때로
온몸에 힘이 빠질 정도의 나른한 기억으로
오늘은 간신히 숨만 쉴 수 있을 정도로 깊게
하얗게 멀어져 가는 그때들에
투사되는 수많은 기억
미세하게 헐떡이는 숨 가운데에
이미 죽어버린 웃는 내가 스쳐가
수채구멍 빠진 듯 머릿속을 돌아
가라앉다
가라앉다가
물이 새어 들어간 듯 가빠지는 호흡
구해달라는 듯 머리 양 옆을 쿵쾅거리는 박동에 정신 차리곤
내 입과 코에 누군가 들이붓듯 차가운 공기를 한껏 들이키고
아, 나 살아있었지
살아야 하지
하다가
하지만
이대로 시간이 멈춰도 좋겠네
맞아
누구도 보지 않는 밤엔
나를 감출 필요는 하나도 없지
온몸이 잠겨 숨을 잠시 멈춰도
누구도 봐주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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