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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가을비

엄간지 2019. 9. 16. 17:38

비가 오는 날 걷노라면

기억 속 우산 너머 풍경들이

어지럽게 섞이곤 합니다.

 

그리 깊지 않은 내 품에

포옥 빠지던 당신의 얼굴과

찰랑이던 두 볼

그 어깨너머로 보이는

걷는 지 모르고 걸었던 풍경들이.

어지럽게.

 

기다렸구나. 당신을.

기다린 것도 잊을 만큼 오래 기다렸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버릇처럼 젖어버린

오른쪽 어깨를 털며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바라봅니다.

그날의 비와 닮았을까.

 

언제쯤이면 흐를까요

마음 한 구석에 조용히

고여있는

기다린 이름은.

 

흘러야만

하는 걸까요.

 

오늘은 남몰래,

잠방잠방

되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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