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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조금만 더

엄간지 2019. 1. 21. 16:53
씻고
옷을 챙겨입고
조금은 늘어난 잠 덕분에
바쁜 아침을 보낸다.

눈이 온다.

익숙한 길을 지나며
오늘 저녁에 약속이 있었던가, 생각하며
멍하니 음악을 고른다.

네가 떠난 날부터
수없이 들었던 음악은
안들은지 좀 되었다.
아프던 내가 자꾸 생각났으니까.

생각해 보면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겠는 것들은 많다.

왜 그리 나에게 차가웠는지.
너와 내가 그렇게 헤어져야만 했는지.

머리에 소복히 쌓인 눈을 털어내며
고개를 세차게 흔든다.
알아버렸다.
생각해도 변하는 것은 없다.

너와 나는 더이상은 아니라고
너는 말했고, 나도 알았다고 했다.

횡단보도에서 손을 흔들며
날 기다리던 너의 모습이 보인다.
그런 너를
나는 이미 수십번 지나쳐왔다.

내가 너와 나를
우리
라고 부르지 않은 것은 얼마나 되었을까.

이거면 된 것일까.
이게 정말 전부일까.

뒤를 돌아본다.
횡단보도의 너도 이미 사라졌다.

다시 머리에 쌓인 눈을 세차게 털어낸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
될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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