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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서른서른해
꿈을 꿨다 3
꿈을 꿨다. 깨고 보니 방 안이다. 새벽 5시, 외풍이 차다. 보고 싶지 않은 꿈이 있다. 깨어나면 마음이 깨어지는 사람이 있다. 깊은 곳으로부터 신물이 올라온다. 양파를 잘게 썬다. 팬을 달구고, 넉넉히 버터를 두른다. 약불에 오래 양파를 볶는다. 희푸른 양파가 갈색으로 변하면, 끓여 놓은 닭 육수를 붓는다. 토마토를 썰어 넣어도 좋다. 무엇보다, 고기는 큼직하게. 카레를 끓이고 있었다. 보글보글 오르는 기포를 내려 보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카레 가루를 찬물에 저미면서, 부풀어오르는 마음을 가라앉힌다. 육수에 카레를 붓고, 책을 꺼낸다. 구태여 젓지 않는다. 카레는 시간을 두어야 맛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떠나가는 사람은 사랑을 앞세우며 간다. 만났던 이유와 같이, 사랑을 이유로 떠나간다..
사는 이야기
2018. 12. 31. 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