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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서른서른해
오래된 친구
펼쳐 보인 내 마음을 너 역시 모르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싸구려 비닐 우산처럼, 내 마음은 투명했다. 다만 우리 사이엔 줄지 않는 일정한 공백이 있었다. 그랬다. 우리는 오래된 친구였다. 언제나 빛나는 햇살처럼, 너는 누구에게나 친절했다. 누구에게나 밝았고, 씩씩했고, 인기가 많았다. 그런 네게 나는 어울리지 않았다. 싸구려 비닐 우산처럼, 나는 대체될 수 있는 흔한 친구 중 하나였다. 오래됐을 뿐이었다. 다만, 지나치게 우울한 날이면 너는 나를 찾아왔다. 그런 때 우리는 밤늦도록 통화를 하거나, 오래도록 길을 걸었다. 그러면서 너에게 우울은 젖어드는 것이 아니라 말라가는 감정이라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됐다. 네가 우울에 말라 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펑펑 우는 날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싸구려 ..
사는 이야기
2018. 9. 19. 12:08